췌장암 수술 성패, 환자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은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술 전 환자의 심리 상태가 치료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는 수술 후 주요 합병증 위험을 최대 4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됩니다.

■ 췌장암 환자 4명 중 3명, 수술 전 극심한 스트레스 겪어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췌장암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심리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연구에서는 신체적, 감정적 괴로움 등을 폭넓게 포함하는 개념인 '디스트레스'를 사용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트레스'로 표기했습니다.

놀랍게도 연구 대상 환자의 94%가 수술 전에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경미한 스트레스(0~3점)를 겪은 환자는 25%, 중간 정도의 스트레스(4~7점)는 52%, 그리고 극심한 스트레스(8~10점)를 겪은 환자는 23%였습니다. 전체 환자 4명 중 3명은 중간 이상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췌장암 진단이 주는 충격과 질병으로 인한 신체 증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 극심한 스트레스, 수술 합병증 위험 4배 증가

연구팀은 스트레스 수준이 수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8~10점)를 경험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수술 후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약 4배 더 높았습니다.

실제로 췌장암 수술 환자의 44%에서 합병증이 발생했으며, 이 중 20%는 수혈이나 추가 시술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합병증이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윤소정 교수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면역 기능을 저하시키고 염증 반응을 악화시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절망감이 커져 치료 의지를 잃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치료에 긍정적 영향

흥미로운 점은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연구팀이 췌장암 2기 환자들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중간 정도의 스트레스(4~7점)를 경험한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은 52%로, 경미한 스트레스를 겪은 환자(20%)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5년 생존율 역시 43%로, 경미한 스트레스 환자(9%)와 비교해 현저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윤소정 교수는 이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자극하여 회복에 도움을 주고 치료 의지를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스트레스가 너무 없을 경우 치료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암 환자 심리 치료, 생존율 향상의 핵심

이번 연구는 환자의 정신 건강이 신체 치료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동안 췌장암 치료는 주로 암 자체를 제거하는 데 집중되어 왔고, 환자의 심리 상태는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윤소정 교수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암 자체 치료에만 몰두하여 환자의 디스트레스나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암 환자 진료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환자의 스트레스 점수가 8점 이상으로 평가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자동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입니다.

윤 교수는 "수술 전 불안감이 컸던 환자들보다 '수술이 잘될 것이니 힘내서 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환자들이 합병증 없이 잘 회복하여 퇴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임상 경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암 환자에게 정기적인 스트레스 검사를 권고하고, 암 센터에 종양 심리학 전문가를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는 등 암 환자의 심리 지원을 암 치료 과정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암환자 음악 심리치료

● 이번 연구는 암 치료에 있어 환자의 마음가짐과 심리적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앞으로 암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정신 건강이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