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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체인지

홈플러스가 이지경이 된 이유

by NICE CHANGE 2025.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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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한 시대의 상징이었던 대형마트의 몰락

한때 홈플러스는 ‘가족의 주말’ 그 자체였다. 장바구니를 끌고 통로를 오가며 장을 보고, 아이는 장난감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고, 계산대 앞에서 피자를 한 판 사 들고 나오는 풍경. 홈플러스는 단순한 마트가 아니라 생활 공간이었고, 중산층 소비문화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묻는다. “홈플러스, 왜 이렇게 됐지?”

이 질문의 답은 단순히 “경기가 안 좋아서”가 아니다. 홈플러스의 현재는 시대 변화에 대한 오판과 선택의 결과다.

먼저, 대형마트라는 사업 모델 자체가 급격히 노후화됐다. 소비자는 더 이상 주말에 시간을 내어 대형 매장을 찾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혹은 몇 시간 안에 집 앞까지 물건이 도착하는 시대다. 쿠팡과 네이버, 새벽배송 서비스들은 ‘공간’이 아니라 ‘속도’와 ‘편의성’을 팔았다. 반면 홈플러스는 넓은 매장과 진열 중심의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변화는 알고 있었지만, 방향을 과감히 틀지는 못했다.

그러나 진짜 결정타는 2015년이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인수다. 문제는 인수 방식이었다. 막대한 차입을 통한 인수는 홈플러스의 재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점포 부지를 팔고, 그 자리에 임차 형태로 다시 들어가는 구조가 반복됐다. 단기적으로는 현금이 확보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달 나가는 임대료라는 족쇄가 채워졌다. 마트처럼 꾸준한 현금흐름이 중요한 산업에서 이는 체력을 갉아먹는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 여력은 줄어들었다. 매장은 늙어갔고, 리뉴얼은 미뤄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홈플러스를 가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이마트는 창고형 매장과 자체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롯데는 복합쇼핑몰과 유통 계열사를 묶었다. 홈플러스는 명확한 색깔을 만들지 못했다.

온라인 전환도 늦었다. 자체 온라인몰은 존재했지만 존재감은 희미했다. 물류와 IT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홈플러스는 재무 부담으로 과감한 승부를 걸 수 없었다. 오프라인의 약점은 커졌고, 온라인에서는 경쟁조차 어려웠다. 그 사이 고정비는 계속 쌓였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줄일 수 없는 구조,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홈플러스의 몰락은 실패라기보다 시대를 잘못 읽은 선택의 누적이다. 대형마트의 황금기가 끝나가는 순간, 홈플러스는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를 버티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커졌다.

홈플러스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가고 싶은 공간’이 아니라, ‘정리되고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것이 홈플러스가 남긴 가장 씁쓸한 교훈이다. 산업의 변화는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다만, 준비하지 않은 기업에게는 언제나 너무 빠르게 찾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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